불안을 만나면 어떻게 하나요?
불안을 느끼기 쉬운 각자도생 사회
요즘 ‘각자도생’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돼요. 과거에는 조금 부족해도 서로 돕거나 연대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면 각자도생 사회에서는 그 누구도 나를 책임져주지 않고 모든 것의 책임이 개인에게 돌아가요. 이런 세상에서 우리는 과거에 비해 만성적인 불안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어요.
특히 요즘처럼 새로운 것이 계속해서 쏟아지고, 빠르게 따라가지 않으면 뒤처진다고 느끼는 세상에서는 불안을 느끼기 더욱 쉬워요. 과거에는 접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었던 것에 반해 지금은 굳이 알 필요가 없는 수많은 정보까지 시도 때도 없이 우리를 자극해요. 우리가 접하는 정보는 일반적으로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형태를 띠고 있기에 우리의 불안을 자극하기 쉬워요. 게다가 세상은 점점 더 예측 불가해지고 있으니 이런 세상에서 불안을 느끼지 않고 살아가는 건 오히려 이상한 일인지도 모르겠어요.

실체가 있는 두려움 vs. 실체가 없는 불안
불안의 가장 큰 특징은 구체적인 실체가 없다는 점이에요. 두려움은 위협을 가하는 구체적인 대상이 있거나 위험한 상황에 부닥쳤을 때 나타나는 즉각적인 반응이에요. 이를테면 길을 가다 뱀을 만났을 때, 어두운 밤에 산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 느끼는 감정이 두려움이죠. 반면 불안의 대상은 추상적이고 내 머릿속 안에서만 존재해요. 그래서 불안은 보통 가정법의 형태를 띠고 나타나요. ‘만약 나이가 먹어서 몸이 아픈데 돈이 부족하다면…’ ‘만약 내일 발표하다 실수한다면…’ ‘만약 취업 혹은 이직에 실패한다면…’ 처럼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내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일들이 불안의 대상이 되는 거죠.
두려움은 명확한 대상이 있기에 단기적이고 대상이 사라지면 함께 사라지지만, 불안은 그 대상이 우리 머릿속에 모호하고 추상적인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쉽게 사라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우리를 괴롭혀요. 불안은 자기 강화적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한 번 불안에 빠지면 그 생각이 더 많은 불안을 유발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기도 쉽죠.

불안에 휩쓸려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
불안에 빠져서 걱정하는 사람들은 빠르게 변하는 세상, 불확실한 경제 상황, 부족한 돈과 불확실한 진로, 혹시 닥칠지 모르는 질병이나 사고 때문에 이 모든 것을 철저하게 대비하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고 이야기해요. 하지만 이들이 놓치는 가장 큰 것이 있어요. 미래를 위해 취업을 준비하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돈을 모으고, 건강을 관리하는 건 사실 힘든 일이 아니에요. 정말 힘든 건 취업에 대해, 돈에 대해, 건강에 대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나의 마음이에요. 현재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행위는 그 자체로 미래에 대한 대비가 되지만, 우리를 지배하는 불안한 마음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대신 끊임없이 미래에 대해 걱정하느라 지금을 살지 못하게 만들어요.
한병철 교수는 「불안 사회」라는 책에서 불안이 사회 전체를 감옥, 수용소로 만들어 버린다고 이야기해요. 그는 불안은 이정표 없이 수많은 경고 표지판만을 세우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말해요. 미래에 대한 불안이 미래를 가로막고, 가능성과 새로운 것으로 향하는 통로를 차단해 버리는 거죠.
결국 불안에 휩쓸려 살 때 우리가 놓치는 것은 우리 삶 그 자체예요. 우리 삶은 과거에도 미래에도 존재하지 않고 오직 지금 현재에만 존재하거든요. 지금 이 순간의 행복,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소중한 시간, 내 일에 몰입하는 시간과 같이 지금 이 순간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포기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불안에 휘둘리지 않고 지금을 살아가기
불안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속성이기에 완전히 없애버리는 건 쉽지 않아요. 하지만 불안에 휩쓸리지 않도록 불안을 알아차리고 불안과 함께 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건 중요해요. 그럼 불안에 휘둘리지 않고 지금을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1. 삶의 불확실성을 받아들여야 해요. 미래를 예측하고 통제하려는 욕구가 강할수록 불안이 높아져요. 하지만 모든 것은 변하고, 우리가 100% 확신할 수 있는 확실한 미래는 존재하지 않아요. 불확실성을 삶의 자연스러운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통제하고 계획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해요. 불안은 100% 대비함으로 인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100% 대비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임으로써 줄어들 수 있어요.
2. 불안이 느껴질 때마다 알아차리고 불안에 이름 붙여보세요.불안한 느낌은 순식간에 우리를 휘몰아치고 잠식시키기 쉬워요. 한 번 불안에 잠식되면 빠져나오기도 쉽지 않죠. 이제는 불안한 마음이 올라오면 불안이 휘몰아치기 전에 ‘불안이 지금 내 마음에 찾아왔구나.’라고 알아차리고 불안한 그 마음에 이름을 붙여주세요. ‘불안’이라고 이름 붙여도 좋고, 좀 더 구체적으로 ‘취업에 대한 불안’ ‘돈에 대한 불안’ ‘건강에 대한 불안’과 같이 구체적으로 이름 붙여도 좋아요. 이렇게 알아차리고 이름 붙여주는 것만으로도 거리를 두고 불안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겨요.
3. 마지막으로, 각자도생이 아닌 연대와 사랑을 연습해 보세요. 불안은 주파수가 낮은 감정이에요. 그 낮은 주파수를 사랑과 감사, 연민이라는 높은 주파수로 바꾸는 연습을 하는 거예요. 밑미 리추얼과 같은 모임을 통해 나와 비슷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모임을 시작해도 좋고, 내가 지키고 싶은 가치를 지키는 곳에 적은 금액을 기부하는 것도 좋아요. 모르는 사람을 낯선 타인으로 보는 대신 ‘저 사람 또한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려 노력하는 중이구나.’라는 연민의 마음으로 타인을 바라보세요. 불안을 치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해독제는 불안을 없애려 더 열심히 대비하려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가지는 것이라는 것을 기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