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위안하는 창조성의 힘
“작품을 어떻게 봐야 해요?” 갤러리를 운영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받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우리를 위안하는 창조성의 힘
* 글 : 밑미 예술 카운슬러, 김리아 갤러리 큐레이터 김세정
“작품을 어떻게 봐야 해요?” 갤러리를 운영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받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작품을 감상하는 것에도 왠지 어떤 방법이 있을 것 같고 그 규칙에 맞춰서 더 잘 감상하고자 하는 노력이 담긴 질문이죠. 그럴 때 저는 “작품을 감상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우선 작품을 있는 그대로 경험하고 느끼는 거예요."라고 말씀드립니다. 그림에는 공산품과는 다르게 만드는 이의 감정과 영혼이 실려 있습니다. 같은 작가의 작품일지라도 시시각각 변하는 작가의 감정과 영감에 따라 늘 다른 느낌의 작품이 탄생하곤 하고, 같은 작품을 보더라도 나의 기분에 따라 늘 다르고 새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미술사나 작가에 관해 공부하는 것은 작품을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한 방법이지만, 해박한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작품이 나에게 주는 느낌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것입니다.

아버지는 저에게 그림과 소통하는 것의 중요성에 관해 알려준 분입니다. 아버지는 예술과는 전혀 관련 없는 회사에 다니셨고 그림에 대해서도 별 관심이 없으셨던 분입니다. 그런데 일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어느 날 우연히 갤러리가 모여있는 골목에 가게 되었고 그곳에 걸려 있는 작품에서 큰 위안을 얻으셨다고 합니다. 당시 아버지 월급으로 구매하기에는 큰 금액이라 구매하지는 못했지만, 시간이 될 때마다 그곳에 방문해서 몇 번이고 그림을 한참 바라보셨다고 해요.
그 후 아버지는 월급의 10% 정도를 모아서 자신의 마음을 울리는 그림을 하나둘 사 모으기 시작하셨습니다. 조금 커서 아버지께 왜 그림을 사느냐고 물었을 때 아버지는 “그냥 좋잖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거든.”이라고 대답하셨어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예술을 전공해서 큐레이터로 일하는 지금 아버지의 대답은 교과서에 써진 미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보다 저에게 더 큰 울림을 주고는 합니다. 아버지에게 그림은 생활과 동떨어진 먼 세계의 어려운 예술이 아니라 마음이 힘들 때 다가가 위로받는 대상이었고, 그 작품들을 집으로 하나둘 들여 집을 자신이 위로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셨으니까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저도 나를 위안하고 기억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을 때 그림의 힘을 빌리게 됩니다. 저에게 오랜 기간 가장 큰 위안을 주는 그림은 할아버지를 기억하기 위해 산 사과나무 작품입니다.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에 손주들에게 50만 원씩 용돈을 주셨는데 그냥 써버리면 없어질 것 같아 할아버지를 기억하기 위해 바람 부는 언덕에 서 있는 사과나무가 그려진 작품을 구입해 집에 걸어두었습니다. 아주 작은 작품인데 아직도 그 작품을 보면 할아버지와 함께했던 행복한 기억들이 떠올라 입가에 미소를 띠게 합니다.
<아티스트 웨이> 의 작가 줄리아 캐머런은 “창조성은 건강한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치유’된다. 창조성을 회복하면서 사람들은 훨씬 더 위대한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스스로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존재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예술작품을 보며 감동과 기쁨을 느끼는 이유는 아마 작가들이 치열하게 작업하며 탄생시킨 창조성이 우리의 영혼을 톡톡 건드리며 일상의 쳇바퀴에 빠지지 않고 나의 감정과 영혼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 아닐까요?



